전략환경영향평가 알아보기(with 성환지사)


안녕하세요? 우리는 성산 마을 안팎에서 모여 [성산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성환지사]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정부의 제2공항사업이 없었더라면 저희도 ‘전략환경영향평가서’라는 것을 접하기 어려웠을 텐데,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이젠 그 이름이 너무 익숙해진 사실에 놀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러분들께 이런 사안을 갖고 설명을 드리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저희들이 경험하고 이해한 만큼이라도 설명 드리려 합니다. 혹시 틀린 내용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 성산에서는 지난 몇 년간 마을 사람들이 새들을 관찰해왔다고 전해지는데, 어떻게 시작이 되었나요?

마을 사람들이 탐조 활동을 시작하게 것은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공람을 2019년 6월 28일로 예고했을 때입니다.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조류전문가 주용기(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님의 도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해안가에 사는 저어새, 도요새 등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나 마을 안에 무슨 법정보호종이 발견될까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를 맞은 지역의 마을사람으로서 적어도 어떤 생물들이 살고있는지 확인만큼은 해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제주에 깊은 애정을 지닌 타지의 환경전문가가 내민 쉽지 않은 도움의 손길이기도 했습니다.

산새는 물새와 달리 탐조를 소리에 많이 의존하는데,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어도 처음엔 뭐가 뭔지 분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쵹쵸~ 쵹쵸쵸쵹!”하는 비교적 단순하고 구별하기 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두견이!” 라 하시더군요. 그런데 이것이 천연기념물이었던 겁니다. 또 이어서 긴꼬리딱새, 팔색조를 발견하게 되면서 우리마을이 멸종위기종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듣고 “맹꽁이 소리가 들리네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예요. 같이 사시면서도 모르셨군요” 하며 웃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의 마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지요. 곧 이런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조사를 공동으로 더 큰 규모로 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당시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새 사진을 찍거나 소리를 녹음하는 것은 이어나갔지요.

  • 전략영향평가과정을 지켜보면서 국책사업의 추진 과정의 부실한 실태를 확인했다고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공개되어 확인해보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4차례의 형식적인 조사와 문헌조사로 대체하는 형식을 취하다보니 위에 언급한 조사내용만 가지고서도 엉터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의적 부실”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국토교통부는 약 3개월 후 2019년 9월 23일 본안을 환경부에 내게됩니다.

이쯤, 주용기님이 앞서 언급한 마을에서의 탐조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관련 단체와 개인들에게 전달하였다며 사본을 보내주셨습니다. 하지만 본안에 대한 환경부의 결정이 임박할 무렵에 환경부에 전화하여 확인해보니 보고서가 전달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보고서를 환경부의 담당사무관 오수미님에게 설명하고 전달하여 두견이, 팔색조, 맹꽁이 등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다음 여름까지 추가조사를 하도록 조처를 취할 것이고 언론엔 바로 발표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발표가 나지 않더군요. 외부적 요인으로 제동이 걸렸다 느꼈습니다.

여하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조류충돌위험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에서 제기한 숨골 문제 등과 함께 본안은 10월 31일 보완 결정이 나게 됩니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1차 보완서를 단 한 달이 지난 12월 3일 다시 제출하게 되는데 다행이도 환경부가 19일 재보완 요청을 하게 되었지요.

국토교통부는 2019년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320쪽 에서 ‘현지조사결과, 저어새, 큰기러기, 물수리, 황조롱이 등 4종의 법정보호종이 확인됨’이라고 하고, 같은 해 10월에 펴낸 본안의 자문의견서(김정수/이학박사 조류생태학 전공)에서 ‘5종(매 추가)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며 나머지 법정보호종 십 여종은 문헌으로 조사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두견’의 소리는 제2공항 계획지구 안팎에서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견’을 문헌으로만 확인한 이 조사는 초안 321쪽에서 ‘계획지구 내… 산림성 조류(두견, 긴꼬리딱새)의 출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계획시행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팔색조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는데 이는 여름 철새가 머물며 잘 우는 시기엔 단 한 차례도 조사를 하지 않고 1월, 2월, 9월 하반기에 형식적인 세 차례 조사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기존 자료와 우리가 조사한 내용과 비교해볼 때 국책사업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되었는지 잘 보여준다고 하겠으며 “고의적 부실”이란 세간의 평가가 지나치지 않은 이유입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정부로서 스스로 펴낸 자료만으로도 조사가 엉터리임을 알 수 있으나 이를 방관했으니 이 모두 국가가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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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을 겪고나니 이 일을 정부나 다른 단체에 의존하기보단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직접 나서야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뜻을 함께 하시는 분들과 전문가로 이지역이 “단일생태권”임을 알려주신 주용기님, 새와 인간의 “연결”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신 조류학박사 나일무어스님, “다른 생물종과의 관계성”으로 폭을 넓혀주신 곤충전문가 한상곤님, 10년간 지역의 조류를 연구해 오신 “생이친구” 김예원님 등과 함께 성산-구좌 (조천.남원 일부)에서 수 차에 걸쳐 다양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 2021년은 7월, 환경부의 반려 결정이 나오기 전에, 마을에서 조사한 내용을 환경부에 전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상황과 제출한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었는지 말씀해주세요.

2021년에는 제주 제2공항 건설에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두가지 결정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2월에 실시한 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반대를 선택한 도민의 집단적 결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1%라도 반대가 많으면 제2공항 사업을 접겠다”라 공언한 바 있는 국토교통부에서 정작 반대 여론이 더 높게 나오자 이를 무시하고 사업추진을 강행하여 2021년 6월 11일에 환경부에 낸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차 보완서에 대해 40일 만에 나온 환경부의 ‘반려’ 결정이었습니다. 약 2년 반 전에 초안이 공람된 이후 부실함이 드러나며 계속해서 제동이 걸리고 여론이 나빠지자 20차례에 걸친 추가조류조사와 법정보호종 등을 보완했다며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환경부의 최후통첩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이때, 환경부에서 ‘부동의’ 결정을 했었다면 국토부로서는 사실상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것이었지만 ‘반려’ 의견을 냄으로 여지를 남기게 되었는데요.

당시 환경부는 반려 사유를 크게 네 개의 관련 부문으로 나누어 발표하였는데 아래는 신산리에 사시는 강석호님이 환경부에 정보 공개청구하여 받은 자료를 참고해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 ‘반려’ 결과가 나온 후,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새로 작성해서 협의해야 하기에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 용역’을 냈으나 두 번 유찰된 후 2021년 12월 초 ‘도화엔지니어링’이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용역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현재 환경부에 제출한 상태이고요.

환경부의 ‘반려’ 이전에 국토교통부가 2차 보완서를 냈을 당시 우리들은 환경부에 전화를 걸어 그간 우리가 송부했던 자료의 내용은 상기시키고 추가로 수집한 자료를 보낼 뜻을 밝힘과 동시에 이 모든 과정이 공개될 것임을 알려드렸습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사무관 정우혁님께 보내드린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동안 팬데믹 상황이라 마을 분들에게 좀 더 알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군요. 하지만 처음에 마을에 대한 의무감으로 시작한 일이 우리 마을의 생태적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고 조사와 학습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타를 마을 안팎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에 기쁨과 성과가 있었다고 느낍니다.

2019년 여름 국토교통부가 초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었을 때 찬성측에서 ‘잘 만들어진 보고서’라 말하며 추진해달라는 의사를 밝혔었는데 이제 그분들께도 전문가의 도움 없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분히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죠.

  • 마을에서 새를 관찰하며 알게된 사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북반구에선 철새들이 봄을 맞아 북상하여 짝을 찾아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품어, 부화가 되면 새끼를 기르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 과정 하나하나가 그들에게 매우 중대한 일이므로 철새의 이동은 (온도에 대한 그들의 내성 등을 감안할 때) 단지 추위나 더위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먹이’와 ‘둥지’를 고려한 최상의 환경조건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동안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선 5월 상반기에 겨울을 지내고 북상하는 마지막 저어새 무리를 볼 수 있었고 하반기엔 여름 철새이며 산새인 팔색조, 긴꼬리딱새, 두견이가 작년에 이어 비슷한 시기에 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9월 중순 무렵까지 새끼를 길러 제주를 떠납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조류의 수는 약 500여 종으로 제주도에는 약 417종이 기록되어있다고 하며(제주야생동물도감, 강창완 외 5명 공저, 제주특별자치도 펴냄) 그 중 성산에서는 약 200종의 조류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 다양한 새들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은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생태환경이 남아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만 저어새의 세계적 개체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제주를 찾는 개체수가 별로 늘지 않은 것은 야생생물보호구역이 단 한 곳도 지정되지 않고 각종 개발사업으로 생태적 건강이 훼손되고 있는 제주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보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 페이지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화산폭발로 인해 생긴 불모의 섬 제주에 태고의 하늘길을 닦아 생명이 생존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한 것이 새들이니,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다양성의 산물로서 같은 생태계에 기대어 사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법정보호종이라는 것은 그 중 개체수가 적어 멸종위기 등에 처한 약한 고리이거나 문화적 가치가 있는 종을 따로 국가가 보호하겠다고 지정한 종입니다. 성산의 바다, 내수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 갈대밭과 숲, 서로 다른 오름들과 습지, 동굴 그리고 농지와 인가 등이 모두 생태계의 중요한 요소로서 거기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생명체들과 함께 영향을 미치며 생물 다양성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 특히 제주는 우려스럽게도 팬데믹 상황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의제가 아직도 제대로 다뤄지고 있지 못하고 난개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들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말이 있더군요. 어쩌면 이제라도 세계 각지에서 제주로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날아오는 철새들이 현재 어떠한 상태에 처해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대처를 통해, 마치 광부들이 위험의 징조를 새를 통해 먼저 알았듯이 우리에게도 곧 닥쳐올 미래의 위기를 대비하는 역량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제주 동쪽 마을 신문 [곱을락]에 실린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이웃 시리즈]에 대한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편집자. 토마토, 조르와